갈라진 시멘트 사이로 초록 잎사귀가 살랑 흔들립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도시에서 다름 아닌 잡초로 여겨지는 들풀들입니다. 딱딱하고 거친 아스팔트, 잿빛 하수구, 담벼락 틈, 지붕 위, 맨홀 덮개의 작은 틈까지… 그 어디라도 들풀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런 데서 꽃을 피우게 되리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하지만 이들은 바람결에 날아와 앉은 곳에서 양분을 끌어모아 잎을 내고 줄기를 뻗고 활짝 꽃을 피웁니다. 벤치의 나무살 사이로 목을 길게 빼고 몸을 올려 자리를 꿰찬 저 당당한 모습을 보세요. 담쟁이덩굴은 계속 위로 향하다 하늘 높이 잎을 뻗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바위에 짓눌린 것처럼 보이지만 해바라기는 바위를 밀어낼 힘을 숨기고 있고요. 작고 연약해 보이는 존재라도 자기답게 자라게 하는 생명의 힘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최근 국제 무대에서 연이어 찬사를 받고 있는 이순옥 작가는 《틈만 나면》을 통해,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들풀의 생명력에 주목하고, 들풀처럼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진한 위로와 안부를 건넵니다. 한 번도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지만 스스로의 삶에서는 당당한 주인공인 존재들. ‘멋진 곳이 아니어도’, ‘한 줌의 흙과 하늘만 있다면’ 성장하고 자라는 존재들의 이야기. 중요한 것은 나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그림책입니다.